〔앵커〕 사찰의 법당이라는 3차원의 공간을 평면으로 구성한 사진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360도로 찍은 사진을 이어 붙여 마치 VR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기도 하는데요. 바닥부터 천정까지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함도 선사합니다. 하경목 기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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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사찰의 법당 내부를 360도로 찍은 70여장의 사진을 하나 하나 이어 붙이는 작업을 통해 공의 개념을 탐구한 사진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사진작가인 주도양 동국대 미술학부 교수는 ‘공-비움’을 주제로 3차원의 공간을 평면으로 구성해 마치 VR을 보는 듯한 신작 15점을 13일부터 서울 금산갤러리에서 선보이고 있습니다.
주도양 작가/동국대 미술학부 교수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방법을 다르게 해서 이해한다면 멀리 있는 것과 가까이 있는 것, 위와 아래가 전혀 다르게 존재할 수도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카메라라는 도구를 통해 고정된 시각을 깨뜨리며 새로운 인식의 세계를 천착해 온 주도양 작가는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붓과 물감을 사용하듯 카메라를 차용해 예술의 영역을 확대해 가고 있습니다.
특히 주도양 작가는 세상을 담는 영상의 이미지가 결국 비어 있는 방에서 탄생한다는 철학에서 출발해 수많은 공간 중에서도 사찰의 금당을 주목했습니다.
이번 사진전에는 부석사 무량수전과 수덕사 대웅전, 해인사 비로전과 전등사 대웅전 등 천년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목조건축물과 그 속에 녹아 있는 역사의 아픔까지도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주도양 작가/동국대 미술학부 교수
(우리가 알고 있는 대웅전이나 사찰들이 다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하나하나의 상징과 의미가 다릅니다. 그것은 우리의 마음과 염원을 담고 있고, 그것을 상징하고 있기 때문에 사찰의 중심이 되는 금당의 주불을 작품에 담았습니다.)
입체적인 공간을 평면으로 표현하면서 피사체는 비현실적인 공간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주도양 작가는 영원과 본질을 거부하면서 생겨난 비어진 개념의 틈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주도양 작가/동국대 미술학부 교수
(기념의 환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실제 이해하는 것의 차이가 그만큼의 벌어진 틈이 이 작품의 왜곡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법당을 참배하면서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대웅전 천정의 아름다움도 새롭게 경험할 수 있는 주도양 작가의 사진전은 다음달 9일까지 열립니다.
BTN 뉴스 하경목입니다.
하경목 기자 btnnews@b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