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흔히 ‘사경’하면 불교 경전을 손 글씨로 옮겨 쓰는 것을 말하는데요. 사경을 ‘그림’이라는 회화로 한 단계 끌어 올린 스님이 있습니다. 구례 화엄사에서 특별 초대전을 열고 있다고 하는데요. 주인공 지호스님을 김민수기자가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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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육도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성불도 마다했던 ‘지장보살님’을 찬탄한 그림입니다.
멀리서 ‘그림’으로 보인 작품을 가까이서 살펴보니 부처님의 가르침을 담은 ‘경전’이 됩니다.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럽게 쓴 ‘지장보살’ 정근과 배경에 담긴 1만7천7백7십4자의 ‘지장경’ 사경이 모여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했습니다.
권순희 / 울진군 후포면
(글씨로써 이런 아름다운 지장보살님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감동적이었고 가슴 뭉클했습니다.)
사경을 회화적 미술작품으로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지호스님의 ‘글씨로 그린 부처님’ 특별전 현장입니다.
미술을 전공하거나 특별히 교육을 받은 적 없이 오직 중학교 서예반 활동 경력이 전부였다는 지호스님.
스님은 어느 날 법당 부처님 얼굴이 글씨로 그려진 것처럼 보이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사경불화를 그리게 됐다고 말합니다.
지호스님 / 부평 보문암 주지
(특별한 정규과정의 미술을 배워 본적은 없고요, 출가해가지고 스님으로 사경 생활을 하면서 아침 예불을 하다가 부처님의 모습이 다 글씨로 보이더라. 글씨로 보여서 그게.)
하나의 그림으로 탄생하기까지 하루 12시간 꼬박 3개월 이상을 선체로 사경해야 완성된다고 말하는 지호스님.
스님에게 사경은 부처님께 간절한 마음을 담아 올리는 공양이자 삼매에 빠지는 수행이었습니다.
지호스님 / 부평 보문암 주지
(저한테는 이 사경이 수행과 정진이고 오로지 여기에 빠져 있으면 주위를 딱 둘러보면 나 혼자만이 움직이고 내 주위의 모든 사물은 딱 정지돼 있는 순간, 찰나를 많이 경험하게 되죠.)
20년간의 작품 활동으로 터득한 손가락 붓 터치로 먹물의 농담을 자유자재로 사용함으로써 원근 표현을 통해 입체감과 예술적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하지만 정작 스님은 수전증 때문에 일상생활이 불편할 정도라고 말합니다.
지호스님 / 부평 보문암 주지
(수전증이 심해가지고 아이들한테 놀림감이 많이 됐어요. 붓을 들고 먹물을 찍을 때까지 분명히 수전증 증상이 나타나는데 한지 위에 대면 손이 멈춰요.)
불자들에게 불성을 깨울 수 있는 방편으로 사경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 지호스님.
스님의 사경 불화 작품 30여점이 전시되고 있는 특별전은 3월 24일까지 구례 화엄사 보제루와 성보박물관에서 무료로 만나 볼 수 있습니다.
BTN 뉴스 김민수입니다.
광주지사 김민수 btnnews@bt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