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과학고에 입학하고 잘 다니던 대학을 1년도 안 돼 팽개치며 출가한 용덕스님의 웹툰이 요즘 인기라고 합니다. 이은아 기자가 스님을 만났습니다.
〔리포트〕
숲이 울창한 용문산 자락에 아담하게 자리 잡은 양평 용문사.
참배객도 모두 돌아갈 저녁시간 절로 돌아온 용덕스님이 펜을 잡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대학 1학년 스무 살에 출가해 행자기간과 기본교육을 거쳐 비구계를 받고 지금은 대체복무 중인 용덕스님이 사회복무요원 일과를 마치고 웹툰작가로 변신합니다.
용덕스님/양평 용문사
(스님은 고사하고 경전 한 구절이라도 접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 없어요. 저 같은 경우도 살면서 그런 경험이 전혀 없었거든요. 그래서 내린 결론이 일단 접점을 마련해주자...)
용덕스님은 3년 전부터 틈틈이 작업을 시작해 짧게는 한 컷에서 길게는 여러 장의 단편으로 22만이 넘는 조회수까지 확보한 꽤 인기 작가입니다.
출가 전부터 만화를 좋아해 짧은 글과 한 컷의 그림이 가진 강렬한 전달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용덕스님이 웹툰으로 젊은 층과 불교에 다리를 놓은 겁니다.
용덕스님/양평 용문사
(많은 불화에 정말 깊은 뜻이 담겨 있고 상징들이 담겨있지만 일반인들은 옛날 그림이구나 하고 끝이거든요. 글만 있는 경전은 나름대로 딱딱한 부분도 있고 그렇다 보니 만화 특유의 접근성 자체가 불교를 사람들에게 알리는데 좋은 것 같아요.)
용덕스님은 영재라는 소리를 들으며 과학고등학교에 입학하고 경쟁하듯 대학에도 진학했지만 맞지 않는 적성에 끝내 학교를 그만뒀습니다.
집을 나와 가출한지 한 달여 만에 우연히 만난 부처님 가르침은 과학과 수학으로 다져진 이과생에게도 완벽하게 논리적이었고 그동안의 고민 역시 명확하게 바라볼 수 있게 했다며 그런 경험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고 용덕스님은 말합니다.
용덕스님/양평 용문사
(삼국유사나 불교 설화 보면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많잖아요.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더라고요. 진짜 논리정연하고 또렷하게 경전에 나오는 표현대로 누구나 와서 들으면 알 수 있도록 그렇게 표현해 놓으셨더라고요.)
미술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일과 후 틈 날 때 보니 아직은 인기 캐릭터를 밑그림으로 패러디하는 정도지만 용덕스님은 즐기듯 그림을 그리다 보면 자신만의 캐릭터로 더 많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더 많은 사람에게 전 할 수 있을 거라며 미래의 디지털 불모가 되기 위해 느리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오늘도 캔버스를 채워갑니다.
BTN뉴스 이은아입니다.
이은아 기자 btnnews@b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