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 인터넷 쇼핑몰에서 불상을 희화화한 티셔츠가 판매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두고 정부당국이 ‘불상의 발사체’라고 표현하자 삼보 중 첫 번째인 ‘불상’을 티셔츠에 그려놓은 건데요, 판매자측은 종교적인 의미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윤호섭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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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한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 중인 티셔츠입니다.
불상 아래 한국어 발음으로 ‘발사체’라는 영어 글자가 적혀있습니다.
이 티셔츠는 강용석 변호사와 김세의 전 MBC 기자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의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하고 있는 겁니다.
언뜻 보기에는 불상이 그려진 평범한 티셔츠 같지만, 불교의 상징인 부처님을 소재로 정부를 비판하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지난해 5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정부당국이 ‘확인되지 않은 불상의 발사체’라고 표현한 것을 풍자한 겁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얼굴 아래 미사일이 그려져 있고 ‘발사체’라는 영어 글자가 적혀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당시 일부 누리꾼들이 불상과 미사일 사진을 합성해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했고, 가로세로연구소가 이를 차용해 상품화했습니다.
이를 두고 불교계에서는 불법승 삼보의 첫 번째인 부처님을 희화화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도심스님 / 조계종 종교평화위원장(전화인터뷰)
(종교와는 아무 상관없는 가로세로연구소에서 불상을 북한 미사일과 연관시켜 발사체로 영문 표기한 것은 매우 부적절한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불상은 모든 불자님들의 존경의 대상입니다. 이번 경우처럼 한 종교 상징을 패러디로서 어떤 의미도 찾을 수 없는 악의적인 판매 행위는 즉각 중단돼야 합니다.)
불상 티셔츠에 대해 쇼핑몰 측은 단순히 누리꾼들의 아이디어를 차용했을 뿐, 종교적인 의미는 전혀 없다고 밝혔습니다.
뿐만 아니라 불교계가 상품 판매 금지를 요청한다고 하더라도 받아들일 의무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가로세로연구소 쇼핑몰 관계자(전화인터뷰)
((티셔츠를) 제작할 당시에 패러디물이라서 누구의 아이디어는 아니었고요. 불상의 발사체라고 보도한 언론들 때문에 그것에 대해 꼬집는 패러디를 한 거예요. 불상을 뜻하는 의도는 없어서 저희가 판매중지를 해야 할 의무는 없기 때문에...)
쇼핑몰 측에 따르면 불상 티셔츠는 지난해 누리꾼들의 합성사진 공개 이후 제작돼 현재까지 약 10개월간 판매됐습니다.
100여 장이 만들어졌으며, 현재 10여 장만이 남은 상황입니다.
사안의 심각성을 뒤늦게 인지한 불교계는 가로세로연구소 측에 공식 사과와 제품 판매 금지를 요청할 계획입니다.
하재길 / 대한불교청년회장(전화인터뷰)
(가로세로연구소의 티셔츠는 그들의 뜻이 어떠했든지 명백한 불교에 대한 모독이고, 물건을 판매해서 얻은 수익으로 자신들의 정치적 견해를 표현하고 정부를 비판하는 곳에 사용한다면 불교에 대한 2차, 3차의 추가 모독이라고 생각합니다. 즉시 판매를 중단하고 판매된 제품을 전량 회수해야 된다고 봅니다. 또한 불교계에 대한 정식적인 사과를 요청합니다. 이를 위해서 저희가 일단 공문 제출과 성명서 발표, 기자회견 등 기본적인 절차를 진행할 거고요.)
불기 2564년 부처님오신날이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불상 희화화 논란이 되고 있는 티셔츠에 대해 가로세로연구소 측이 공식 사과나 상품 판매 금지 입장을 밝힐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BTN 뉴스 윤호섭입니다.
윤호섭 기자 btnnews@b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