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사미, 사미니 스님들을 교육하는 기관을 강원이라고 하는데요, 사회에서 대학과 마찬가지로 불교 이론부터 실습 등 다양한 교육을 담당하는 곳입니다. 최근 한 강원에서 법랍이 지긋한 스님들부터 여러 지역의 스님들까지 초발심으로 돌아가 늦깎이 공부에 한창인데요, 어떤 사연인지 김민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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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1970년 광주 덕림사 용음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현담스님.
“교학에 빠지지 말라”는 은사 스님의 호통에 법주사 강원을 그만두고 홀로 수행에 매진해 왔습니다.
치문이 닳도록 스스로를 경책하며 수행하고 있지만 부처님 법을 더 빨리 깨우치기 위해 공부하고 싶은 열망은 세월이 지나도 가시지 않았습니다.
현담스님 / 정읍 보정사
(독살이를 하다보면 마음이 나태해지고 게을러지고 임의대로 생각의 좌우로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올곧은 한 곳으로 가고자했던 것이고 또 하나는 정말 하고 싶었던 공부가 있는데 이 자리에서 밝힐 수는 없지만 그 공부가 하고 싶었던 것이 사실이고.)
치매는 아니지만 단기기억장애라는 병에 걸린 것이 오히려 초발심의 계기가 된 청량스님.
스님이 수행하고 있는 경남 창원에서 전남 순천 선암사까지는 약 120km.
삼백리 길을 부처님 공부를 위해 매주 왕복해야 합니다.
청량스님 / 입승, 창원 청량사
(하도 깜빡깜빡을 많이 해서 제가 병원을 한번 가봤거든요. 단기기억장애증이래요. 그래서 제가 많은 것을 생각해 봤습니다. 자꾸 기억력이 사라지면 아는 것도 까먹잖아요. 그래서 제가 이제 새로 공부를 해가지고 처음부터 초발심으로 공부를 하고 싶어가지고.)
저마다의 사연으로 부처님 법을 처음부터 다시 공부하기 위해 매주 모이는 이곳은 선암사 전통강원 부설 특별강원입니다.
일주일에 이틀 수업이 진행되는데 4년을 잘 마치면 선암사 강원 명의의 졸업장도 받습니다.
시각스님 / 순천 선암사 주지
(보편적인 교육의 평준화. 스님들이 출가는 하셨습니다만 습의와 더불어서 부처님 법을 공부할 수 있는 여건과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여러 스님들의 요구가 많이 있었습니다.)
코로나19로 입학이 두 달 가량 미뤄져 지난 4월 22일 입학식을 봉행하고 현재 수업중인 스님들은 총 24명.
각 스님들의 교육수준에 맞게 치문반과 사교반으로 나눠 수업하고 있습니다.
종단과 지역, 법납 등을 떠나 초발심으로 먼 길도 마다하지 않고 모인 스님들.
초롱초롱 빛나는 눈에서 처음으로 돌아가 도반들과 함께 다시 부처님 법을 공부하고 싶다는 굳은 의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현담스님 / 정읍 보정사
(공부는 끝이 없다는 생각으로 언젠가는 저도 죽음을 맞이하겠지만 그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공부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서 이 강원에 오게 된 겁니다.)
BTN 뉴스 김민수입니다.
광주지사 김민수 btnnews@b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