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나눔의 집 직원들이 MBC PD수첩을 통해 법인이 후원금을 유용하고 할머니들을 학대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20여 년 전 최초로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위한 쉼터를 마련하며 할머니들을 보듬었던 나눔의 집이 오히려 학대했다는 보도의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이은아 기자가 찾아갔습니다.
〔리포트〕
지난 19일, 피디수첩은 나눔의 집에 후원하셨습니까를 제목으로 직원 7명의 제보내용을 보도했습니다.
나눔의 집 법인이 후원금을 할머니들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학대하고 있다는 게 주 내용이었습니다.
관계자는 물론 할머니들을 만나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24일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 집을 찾아갔습니다.
나눔의 집 안신권 소장의 안내로 의혹을 제보한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는 본관 사무실로 들어갈 수 있었지만 직원들의 반발로 취재가 불가했습니다.
열체크와 손세정, 방명록 작성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입니다.
관련 절차를 이행했지만 코로나19로 코호트 격리 중이라 할머니들을 만날 수 없고 취재에도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습니다.
PD수첩 등은 코호트 격리 중에 어떻게 시설을 촬영하고 할머니와 인터뷰까지 할 수 있었는지 물었지만 이미 완료한 손 세정과 열체크를 이유로 취재진을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나눔의 집 안신권 소장은 자신은 물론 법인 측 직원의 생활관 출입이 자유롭지 못하다며 사실관계를 떠나 책임자로 스님들을 비롯해 후원자들에게 죄송하다며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안신권/나눔의 집 소장
(요양원을 짓는다는 데 여기는 상수도 보호지역이기 때문에 허가가 나지 않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을 이야기 한 것이고 이사회 안건으로 통과된 것도 아닙니다. 나눔의 집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인권 역사의 장이기 때문에 향후 할머니들이 돌아가셔도 여기는 일본군 피해자 할머니들을 기리는 역사와 인권의 장으로 남아있을 것이고 기금도 피해자를 위한 추모기념사업으로 사용될 겁니다.)
나눔의 집 본관이 아닌 매표소 쪽 별관 건물에서 5년 동안 할머니들의 식사를 챙겨온 조리사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박 조리사는 방송을 보고 말문이 막혔다고 전했습니다.
할머니들이 잇몸이 좋지 않아 밥을 물에 말아 드실 때도 있었고 직원들이 식사를 가져왔을 때도 있었지만 극히 일부였으며, 5년 동안 가족처럼, 어머니처럼 식사를 모셔온 당사자로 참담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박○◯/나눔의 집 조리사
(한 번도 아껴 쓰라는 지적을 받은 적이 없으니까 제가 쓰고 싶은 대로 풍족하게 썼습니다. 제 나름대로 상위 1%로 식단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음식을 지적하니까 어떻게 말을 할 수가 없어요. 어르신하고 불러야 하지만 엄마라고 부르고 내 가족이잖아요. 이런 소규모에서 가족처럼 집 밥이니까 그런 마음으로 한 거죠.)
박 조리사는 시에서 지원되는 생계비와 쌀, 과일 후원품 외에 400에서 500만원의 식자재를 매월 구입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하루 한 끼 이상 고기가 있어야 식사를 하셨고 제보한 직원들도 함께 식사를 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식자재 구매 영수증을 보여주는 등 방송에서 보인 모습은 의도적으로 연출됐다고 주장했습니다.
3년여 동안 할머니를 보살펴온 한 요양보호사 역시 4명의 요양보호사가 새벽 5시경부터 4끼의 식사를 챙기고 세수와 목욕 등 24시간 교대로 할머니들을 돌보고 있다며, 보은에서 혼자 사시던 이옥선 할머니는 처음에는 갑갑해 하시다가 이제는 가실 생각도 않으신다고 설명했습니다.
이경옥(가명) /나눔의 집 요양보호사
(속상해서 물어봤어요. 우리가 언제 학대했냐고? 선생님들에 대해서는 케어를 잘 한다고 얘기했는데 방송국에서 잘랐다는 식으로 얘기하더라고요. 보은에 계시다 다리가 아프셔서 오셨는데 처음에는 예민하셨어요. 자유롭게 다니시다가 여기서는 묶여있다고 생각하셨는지 좋지 않다고 하시더니 지금은 고맙다고 보은에 갈 생각도 안하세요.)
특히 한 할머니가 침상에서 떨어져 다치신 경우가 있었는데 할머니가 진료를 거부하기도 했지만 한 봉사자가 할머니를 병원에 모셔가지 않은 책임을 담당인 나눔의 집 간호사가 아닌 국장 책임으로 돌려 사이가 나빠지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경옥(가명) /나눔의 집 요양보호사
(원칙적으로 하면 팀장님이니까 (내부 제보한) 간호사 선생님이 병원 모시고 가야되는 거 아니냐고 했더니 국장이 해야지 왜 그렇게 하냐고 그런 식으로 얘기하더라고요 그래서 좀 안 좋았어요.)
할머니에게 단 한 푼도 병원비나 간병비를 쓰지 않는다고 방송 됐지만 나눔의 집 할머니들은 1급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로 모든 진료기관에서 의료비가 무료일 뿐 아니라 할머니마다 담당 의료기관이 있습니다.
또한 서울 아산병원은 2005년부터 고 정주영 회장의 유지에 따라 나눔의 집 할머니들을 무료진료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음날 취재진은 나눔의 집에서 생활하고 있는 두 할머니를 핸드폰으로 직접 찍은 영상을 제보 받았습니다.
나눔의 집 할머니
(복 받아야 돼. 많이 받아 하늘만큼 받아야 돼.)
나눔의 집 할머니
(아래 직원들이 그래. 저 아래 누가 그런 소리를 해? 소장이 그럴 사람이 아니야.)
법인 측과 대립하고 있는 내부 제보 직원에게 안신권 소장과 관련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들은 듯한 할머니는 이내 소장이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믿음을 표하는가 하면, 박 조리사에게 감사와 애정을 표하는 등 할머니들에게서 이들에 대한 원망은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나눔의 집 법률대리인 양태정 변호사는 나눔의 집이 지난 3월 광주시에 감사를 요청해 조사가 진행 중이며, 경기도 특별지도점검 결과 지적된 사항에 대해서는 문제점을 개선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습니다.
양태정 변호사/ 나눔의 집 법률대리인
(횡령부분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고 자세한 내용은 수사기관을 통해 밝히겠습니다만 보조금과 후원금이 용도와 다르게 일부 사용된 부분이 있는 것으로 확인이 되면 즉각적으로 적법조치를 할 예정입니다. 그래서 사실 나눔의 집 법인 측에서 먼저 광주시에 감사요청을 한 것도 법적으로 문제 있는 부분을 털어내고 감사를 받기 위해 먼저 요청을 한 것입니다. )
운영부분에 미숙한 점이 있었다며 논란이 된 데 참회를 표하고 스스로 감사를 요청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나눔의 집.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던 20년 전,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위해 처음으로 보금자리를 만들고 할머니의 인권을 위해 노력해 온 불교계 20년 노력까지 마녀사냥을 당하는 건 아닌지 우려되고 있습니다.
BTN뉴스 이은아입니다.
이은아 기자 btnnews@b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