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만행결사 자비순례단이 서울 봉은사 도착에 앞서 경기도를 순례했는데요, 회향지인 봉은사를 앞두고 곳곳에서 부푼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순례자들의 소감을 윤호섭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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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조금씩 밝아오는 여명 아래 순례자들이 이른 새벽부터 몸 풀기에 한창입니다.
만행결사 자비순례 20일차, 대장정의 끝을 앞둔 순례자들의 표정에서 눈앞으로 다가온 서울에 대한 기대감이 엿보입니다.
준비운동을 마친 뒤 걸음을 뗀 순례자들은 회향지인 봉은사를 향해 나아갑니다.
회향을 하루 앞두고 마지막 일일 참가자들이 동참했는데, 조금은 특별한 사람이 순례단과 함께했습니다.
바로 상월선원 유튜브를 보고 찾아온 인도인 수미트 씨입니다.
그는 2000년대 초 서울대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온 뒤 이제는 사업가로서 한국과 인도를 오가고 있습니다.
수미트 / 인도인
(이런 건 처음 참여했는데 너무 좋은 것 같아요. 건강을 위해서도 좋고, 이런 것도 너무 보고 싶었어요. 근데 인도는 이렇게 (길이) 편하지 않아요. 사람하고 차하고 같이 이동하기 때문에 굉장히 힘들 것 같아요. 모든 분이 엄청 힘들고 지친 얼굴일 줄 알았는데 보니까 되게 얼굴이 좋아 보여요.)
오랜 시간을 길 위에서 보내고, 대구를 떠나 서울에 도착한 순례자들은 서로 형용하기 힘들 정도로 큰 성취감을 느낀다고 강조했습니다.
쉽지 않은 걸음걸음이었지만 돌이켜보니 어느새 500km에 달하는 거리를 걸어왔고, 마지막 목적지인 봉은사가 가까워지면서 기대감도 커졌다고 말했습니다.
현해스님 / 전 무암사 주지
(몸은 굉장히 발끝에서부터 어깨까지 다 온 군데가 쑤시는데 마음은 굉장히 뿌듯하고 내 자신에게 해냈다는 충족감을 느끼면서 이런 정진의 힘으로 다른 일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정해림 / 스노보드 국가대표
(장장 한 500km를 걸어왔는데 처음 시작할 때는 솔직히 되게 먼 거리여서 실감이 안 났어요. 지금 상태에서도 그렇게 실감은 안 나지만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어도 약간 긴장도 되고 설레기도 하고 봉은사 도착하면 성취감이 많이 들 것 같아요.)
순례자들은 큰 성취감과 함께 다른 한편으로는 아쉬움도 드러냈습니다.
사부대중이 같은 곳을 향해 함께 걷고, 함께 먹고, 함께 자는 일이 흔치 않은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대우스님 / 혜광사 부주지
(무사히 완주했다는 그런 기쁨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움도 많이 남아요. 벌써 이렇게 왔나 싶은 생각도 들고, 또 여러 대중과 함께 걷다보니까 힘든 줄 모르고 먼 거리를 편하게 왔던 것 같아요. 특히 경기도에서 서울에 진입해서 봉은사에 다 와가니까 포근합니다.)
3주에 걸쳐 대구에서 서울까지 불교중흥과 국난극복을 발원하며 걸어온 순례자들은 동안거 천막결사 현장인 위례 상월선원을 다녀온 뒤 회향할 예정입니다.
BTN 뉴스 윤호섭입니다.
윤호섭 기자 btnnews@b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