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박상국 교수는 세계 최초 금속활자본이 ‘직지’가 아니라 ‘남명증도가’ 공인본이고 송광사에서 발간됐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박상국 교수의 특강을 김민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조계총림 순천 송광사 사자루.
방장 스님부터 학인 스님까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원로 학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입니다.
지난 2015년 발표해 학계에 충격을 준 ‘남명천화상송증도가’ 논문을 설명하는 노학자의 목소리에는 비장함마저 묻어납니다.
문화재청 문화재 위원을 역임하며 수많은 유물을 조사하고 연구해 온 박상국 동국대 석좌교수.
국내 불교 서지학계의 권위자인 그가 송광사 스님들 앞에서 놀라운 이야기를 꺼냅니다.
박상국 / 동국대학교 석좌교수
(최이가 발문을 쓴 1239년이 공인본의 간행 발문이었습니다. 그것도 세계 최초로 간행한 금속활자본이었습니다. 그 금속활자본을 송광사에서 간행했습니다.)
보물 제758-2호로 지정된 ‘남명증도가’ 공인본이 목판본이 아닌 금속 활자본이고 이는 유네스코에 등재된 ‘직지’ 보다 138년 앞서 인쇄됐다는 겁니다.
금속 활자에만 보이는 쇠 찌꺼기, 글자 획의 탈락 등 초창기 미숙한 금속 활자 주조기술로 생긴 흉허물들이 그 근거라 주장했습니다.
또 두 아들을 송광사에 출가시킬 만큼 진각국사 혜심스님과 각별했던 당시 최대 권력자 최이가 발문에 쓴 것처럼 ‘남명증도가’를 주조했고 인쇄할 최적의 장소로 송광사를 선택했다는 겁니다.
그러나 초기 금속활자 주조 기술이 부족해 출판 상태와 활용도가 좋지 않아 다시 목판 인쇄로 회귀했다는 것이 박 교수논문의 주요내용입니다.
이 주장은 당시 문화재 심의위원으로 참여해 삼성본과 같은 목판본으로 결론 낸 스스로의 결정을 뒤집은 것이라 학자로서 부담은 물론 학계에도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남은 현봉 대종사 / 조계총림 순천 송광사 방장
(세계 금속활자의 메카가 우리 조계산이지 않을까 저는 그런 생각을 합니다.)
현존하는 세계 최초 금속활자본이 과연 ‘직지’인지 아니면 ‘남명증도가’ 공인본인지 아직도 논란이 진행 중인 상황.
그러나 두 책 모두 쿠텐베르크보다 먼저 금속활자를 발명한 선조들의 뛰어난 지혜와 부처님 법을 전하겠다는 깊은 신심이 녹아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BTN 뉴스 김민수입니다.
광주지사 김민수 btnnews@b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