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만에 순례자들 앞길에 다시 쏟아지는 빗줄기.
침체된 한국불교를 다시 일으키고, 전 세계인의 고통이 된 감염병을 극복하자는 취지로 시작한 걸음이 또 한 번 고비를 맞이합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강풍이 불어 체감온도마저 급격히 떨어지자 순례단원들은 최대한 옷깃을 여밉니다.
새벽 3시에 일어나 종일 내린 비로 지쳐갈 때쯤, 조금은 어눌하지만 순례단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길가에 울려 퍼집니다.
[현장음]
달리는 스님이자 자비의 마라토너로 알려진 진오스님 도움으로 국내에서 생활하고 있는 외국인근로자와 결혼이주여성들입니다.
베트남과 스리랑카, 캄보디아 등 각국의 불자와 스님들은 순례단이 지나는 곳곳에 들러 계속 힘을 불어 넣었습니다.
산트시리스님 / 구미 마하이주민센터 지도법사
(우리는 문화가 달라요. 근데 한국 스님들은 걷기도 많이 하고, 참선도 하는데요. 스님들이 이런 순례도 하고 마음 편하게 부처님 향하는 걸 보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굵은 빗줄기에 지친 순례단은 동남아 불자들의 단합된 응원에 다시 기운을 차리고, 감사의 뜻을 전했습니다.
꾸준히 베트남 소수민족 마을에 화장실을 지어온 진오스님도 깜짝 방문에 놀란 표정으로 화답했습니다.
강용한 / 삼보사찰 천리순례단원
((외국인이) 천리순례하는 걸 응원한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그렇죠? 정말 고맙고 감사하네요.)
진오스님 / 구미 마하붓다사 주지
(베트남 소수민족 마을에 화장실 올해 4개 다 지었거든요. 아마 그 분들이 센터에서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연락해서 오신 것 같고요. 그냥 고맙네요.)
순례단은 이날 약 24km를 걸어 호국성지 표충사에 도착했습니다.
사찰에 들어서자마자 사명대사 영전에 차 공양을 올리고, 궂은 날씨에도 성원을 보내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를 전했습니다.
2년 전 상월선원 천막결사에서 입승으로 정진한 표충사 주지 진각스님은 당시 받은 사부대중의 응원을 돌려줄 수 있어 기쁘다며 순례단을 반겼습니다.
진각스님 / 밀양 표충사 주지
(상월선원 안에 있을 때는 여러분의 응원을 받고 회주스님 모시고 정진했는데 오늘은 제가 우리 순례단원, 그때 다 오신 분들인데 여기서 직접 맞이하게 되니까 감개무량합니다.)
삼보사찰 천리순례단은 해발 1000m 높이의 사자평을 넘기 위해 표충사에서 16일째 일정을 마무리하며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BTN 뉴스 윤호섭입니다.
윤호섭 기자 btnnews@b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