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해 남한산성에서 행선을 하며 호국의승의 정신을 되새기고 불교 역사의 제자리 찾기에 나섰던 전국비구니회가 주어사지로 두 번째 행선에 나섰습니다. 주어사가 종교 평화와 공존의 상징으로 올바른 역사가 재정립되길 기원했습니다. 하경목 기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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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지난해 호국의승의 정신을 되새기며 남한산성 행선에 나섰던 전국비구니회가 지난 2일 천진암과 함께 천주교 성지화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주어사지에서 두 번째 행선에 나섰습니다.
물폭탄을 쏟아 냈던 장마가 잠시 그치자 뙤약볕이 내리쬡니다.
불어난 계곡물은 비구니 스님들의 발걸음을 가로막습니다.
폭염과 높은 습도에 숨은 가빠지고, 발끝만 바라보며 걷기를 1시간,
푯말과 돌무더기만 남아있는 주어사지에 도착합니다.
전국비구니회장 본각스님은 스님들이 희생을 무릅쓰고 한국 천주교의 태동을 도왔던 만큼 천진암과 주어사지야말로 종교 평화와 공존의 상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천주교의 무분별하고 일방적인 성지화에 대해서는 행동하는 지성인이 되길 당부했습니다.
본각스님/전국비구니회장
(그동안 우리가 놓치고 지키지 못한 것을 반성하는 마음으로 행동하고 또 행동하고. 우리는 불교만이 아니라 같이, 여기 주어사나 천진암은 종교 공존, 종교 평화의 성지로 발전시켜 가길 기대합니다.)
주어사지는 지난 5월 진행된 조계종 불교문화재연구소의 시굴조사 결과, 범자가 새겨진 막새편이 출토되는 등 이미 17세기부터 상당한 위상을 갖춘 사찰이 존재했던 곳으로 확인됐습니다.
조계종은 주어사지의 본격적인 발굴과 주어사지 토지의 매수 혹은 교환 등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히 바 있습니다.
또한, BTN이 수차례 보도했던, 천주교인들이 주어사지에서 이른바 ‘절두산 성지’로 옮겨가 안치하고 있는 해운당대사 부도비의 반환은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윤영희/조계종 사회부 차장
(지난달에 절두산 성당 신부님께서 정식으로 찾아오시고, 또 공문도 보내셔서 (해운당대사)의징지비를 반환해드리겠다고 했습니다.)
비구니 스님들과 신도들은 정호스님의 첼로와 바이올리니스트 김유나 씨의 연주와 함께 명상의 시간을 가지며 종교 평화와 공존의 상징인 주어사의 역사에 대해 사유했습니다.
전국비구니회는 그동안 무관심과 무지에 대해 참회하며 묻히고 잊혀져가는 역사바로세우기를 발원했습니다.
수경스님/한국비구니승가연구소장
(주어사의 이러한 역사적 배경이 축소된 채 자칫 한국 천주교의 발상지로만 부각되고 왜곡될 뻔 한 역사를 지금이나마 바로잡게 된 것에 대해 참으로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한국 천주교의 자생적 발생 역사를 기록하고 자랑하고 싶다면, 목숨을 걸고 그 태동을 지원했던 스님들의 희생의 역사를 인정하고 불교계에 감사할 때, 진정한 종교 평화와 공존이 우리 앞에 다가올 것입니다.
본각스님/전국비구니회장
(불교 역사가 지워지지 않도록, 타종교에 의해 지워지지 않도록 불교인 모두가 관심을 갖고 지켜가야 되지 않을까...)
BTN뉴스 하경목입니다.
하경목 기자 btnnews@bt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