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며칠 전 전라북도 군산 염불사에 화재가 났다는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산신각은 모두 탔지만 다행히 법당으로 불이 번지지 않아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합니다. 화마가 할퀴고 간 현장을 찾아 주지 혜윤스님을 만나 봤습니다. 김민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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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보름날이었던 지난 6일, 화재로 산신각이 소실된 군산 염불사입니다.
화마가 휩쓸고 간 자리, 산신상과 탱화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텅 빈 허공만 남아있을 뿐입니다.
시꺼먼 잿더미 속에 나뒹굴고 있는 불기들은 그날의 참상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혜윤스님 / 군산 염불사 주지
(말소리를 들으면 조선족 같아요. 전기로 켜는 (인조) 촛불 불꽃이에요. 촛불이 다 흔들리면서 꼭 초처럼 켜져 있으니까. 그분이 라이터로 거기다가 불을 붙이시더라고요. CCTV를 보니까. 붙여 놓고 이렇게 삼배를 하고 나가시더라고요.)
한숨만 쉬고 있을 줄 알았는데, 스님은 불자들에게 참회의 삼배를 올리고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있습니다.
혜윤스님 / 군산 염불사 주지
(그 화마가 휩싸였을 때 산신할아버지, 산신할머니가 얼마나 힘드셨을까. 죄송합니다. 지키지 못해서 죄송하고. 어제 법회 날 불자들에게 제가 참회의 절하면서 미안하다고, 기도 다시 열심히 해서 시작하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라고 하고 불자들에게 참회의 절로 삼배했어요.)
보험금이라 봐야 고작 이천만원이 전부.
그래도 스님은 희망을 가져 봅니다.
혜윤스님 / 군산 염불사 주지
(농협 보험에 시설물 이천만원 들어 놓은 것이 있더라고요. 지금까지 보험료를 내고 있는데 건물이 조그만 하니까.
/ 근데 이천만원으로는 다시 지을 수가 없잖아요?
/ 없죠. 지을 수는 없지만 이제 기도해서, 또 염불사에 다니시는 불자님들이 큰 부호는 없지만 신심이 있는 분들이 많으셔서 십시일반으로.)
불을 낸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처벌 받지 않기를 바라는 혜윤스님.
혜윤스님 / 군산 염불사 주지
(그 많은 초들은 불꽃들이 저렇게 있는데 하나가 안 켜 있으니 나름대로 이것도 켜놔야 되겠다. 그 마음을 가졌을 거라는 생각에서 그분이 혹시라도 경찰서에서 뭔가 벌을 준다고 해도 저는 그렇게 하시지 말라고 하고 싶어요. 그렇게 해서도 안 되고. 제가 관리를 잘못한 거고 제 불찰인데.)
염불 소리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다며 기도의 힘으로 다시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다졌습니다.
혜윤스님 / 군산 염불사 주지
(CD틀어 놓은 줄 알았어요 처음에는. 그런데 스님이 이렇게 목소리가 청아해서 듣고 갑니다 하시는 분들이 한 번씩 올라와서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 기도의 힘으로 제가 발 벗고 나서서 더욱 더 열심히 기도하고.)
BTN 뉴스 김민수입니다.
광주지사 김민수 btnnews@b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