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한때 ‘위라담마’라는 법명을 받고 미얀마에서 출가자로서 살았던 조재익 화가가 스무 번째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앞서 불상과 꽃잎, 절터 등을 조화롭게 표현해왔는데, 이번에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화폭에 담았습니다. 윤호섭 기자가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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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화사한 봄꽃을 떠올리게 하는 샛노란 유화물감이 캔버스 위에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겹겹이 쌓여 있습니다.
도드라지는 입체감은 마치 만개한 꽃잎이 세상을 가득 메운 것처럼 역동적인 느낌을 선사합니다.
몇 걸음 물러서자 형형색색의 나무와 풀, 그리고 물가에 비친 자연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15년 전 미얀마 쉐우민수행센터에서 ‘위라담마’라는 법명을 받고 출가자로서의 삶을 살았던 조재익 화가의 스무 번째 개인전 ‘옛길-물에 비치다 2022’ 전시작입니다.
앞서 그동안 여러 불상과 흩날리는 꽃잎을 조화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다 깊게 파고들었습니다.
조재익 / 화가
(길을 가면서 나무나 풀을 자세히 보면 얼핏 경계가 구별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구별이 없어요. 생각으로는 구별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구별이 없음을 관찰할 수 있거든요.)
유화물감을 여러 겹으로 덧칠해 질감을 표현하는 그의 ‘마띠에르’ 기법은 여전하지만 이번 전시는 과거와 분위기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지난해까지 불상과 절터, 오두막처럼 그림의 주제를 구체적으로 형상화했다면, 올해는 그림 속 사물의 경계가 어느 정도 허물어진 느낌을 전합니다.
마치 구상화에서 추상화로 변해가는 과정을 보는 것 같은데, 환갑이라는 나이와 거듭된 삶의 성찰에서 비롯된 변화라고 조재익 화가는 말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는 ‘무경계’라는 주제에 천착해 한층 더 열린 느낌의 작품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조재익 / 화가
(제가 제 스스로에게 소망하는 것들이 (내적으로) 조금 더 열리고 그런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작품도 열리고 경계 없이, 색은 더욱 더 단순화되거나 변화무쌍하거나 (그렇게 진행될 것 같아요.))
조재익 화가의 스무 번째 개인전이자 ‘옛길’을 주제로는 마지막인 이번 전시는 8월 6일까지 서울 청담동 갤러리 두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BTN 뉴스 윤호섭입니다.
윤호섭 기자 btnnews@b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