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경전 한글화의 새벽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운허스님, 그 중에서도 운허스님의 능엄경 강의는 역대 최고로 꼽힙니다. 스님의 육성 강의를 중심으로 1990년대에 펴낸 <능엄경 강화>가 30년 만에 현대인 눈높이에 맞춰 다시 간행됐습니다. 윤호섭 기자가 소개합니다.
---------------------------------
〔리포트〕
부처님이 삿된 주술에 걸려 외도의 딸과 사랑에 빠질 번한 아난을 구하고, 그를 위한 25가지 수행방법을 세세하게 설한 <능엄경>.
한국불교 근본 경전 가운데 하나이자 <금강경>, <원각경>, <대승기신론>과 함께 강원의 사교과 과목인 <능엄경>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한국불교 대강백 운허스님의 <능엄경 강화>를 동국역경원장 혜거스님이 지금의 언어로 다시 풀어낸 겁니다.
1993년 초판 간행된 <능엄경 강화>는 운허스님이 말년에 봉은사 역장에서 역경연수생을 위해 강의한 내용을 정리한 책입니다.
당시 연수생이던 한 스님이 수업마다 녹음하고 운허스님 열반 후 제자인 월운스님이 녹음테이프를 접하며 출판에 이르렀는데, 50년 전 대강백의 가르침이 다시 세상에 전해진 셈입니다.
혜거스님 / 동국역경원장
(능엄경 강좌를 열어가지고 끝까지 강의한 경우가 굉장히 드물어요. 운허 큰스님만이 이걸 13번씩 강의하셨고, 그래서 능엄경 하면 운허스님(을 최고로 여깁니다.))
새로 출판된 <능엄경 강화>는 현대인이 읽기 편하게 국한문혼용을 한자 병기로 바꾸고, 원문에는 한자 독음을 달았습니다.
또 운허스님의 독특한 평안도 사투리와 청중의 질문은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최대한 원형을 살렸습니다.
1964년 동국역경원 개원 당시 초대 원장을 맡았던 운허스님의 업적을 이은 혜거스님.
스님은 누구도 운허스님보다 <능엄경>을 잘 설명할 순 없다며 후학들에게 또 다른 공부의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혜거스님 / 동국역경원장
(운허 큰스님께서 해놓으신 부분에 조금이라도 누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보다 더 잘하기에는 쉬운 일이 아니고 누가 안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이 일을 한 것만은 사실입니다.)
경전 한글화의 새벽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운허스님의 강의는 육성이 담긴 녹음테이프에서 책으로 방편만 달리한 채 여전히 울림을 전하고 있습니다.
BTN 뉴스 윤호섭입니다.
윤호섭 기자 btnnews@b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