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맹신과 편견으로 불교를 왜곡하고 심지어 훼불사건까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불씨잡변으로 불교를 폄훼하고 차별했던 조선시대, 함허스님은 현정론을 통해 유생들의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하며 삼교의 회통을 꾀했습니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이 이를 바탕으로 이 시대 화합과 성찰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조선이여, 법의 등불을 밝혀라>를 하경목 기자가 소개합니다.
------------------------------
〔리포트〕
불교의 가장 큰 명절인 부처님오신날이었던 지난달 19일.
조계사 앞에서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습니다.
<개신교 신자>
(불교는 가짜입니다. 예수 만나십시오. 성경책 읽으세요. 여러분.)
불상과 사찰에 낙서를 하고 파손하기도 하는가하면 심지어 불까지 지릅니다.
사찰의 사천왕을 개신교의 네 천사에 비유하며 불교를 심각하게 왜곡하는 방송을 버젓이 내보내기도 합니다.
이상면 / 천지일보 발행인(천지TV 중)
(이 계는 자장율사가 진신사리를 모신 곳. 거기에 제단을 만든 것을 금강계단이라고 합니다.)
잘못된 맹신과 편견의 종교관으로 불교를 왜곡하고 훼불하는 조직적인 사건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지금.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이 이 시대 화합과 성찰의 메시지를 던지는 책을 출간했습니다.
조선 건국 초기 신진 사대부의 배불론에 대해 불교가 종교로서 지닌 가치와 존립의 정당성을 호소한 함허스님의 <현정론>과 <유석질의론>을 통해 다른 종교와의 대립을 지양하고 투쟁이 아닌 교섭과 포용의 자세로 정법을 구현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8,600여자의 짧은 <현정론>은 유가에서 불교를 배척하는 주요 쟁점에 대해 문답식으로 풀어가며 이론적인 반론을 전개하며 불교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원행스님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조선 후기 불교 탄압에 대응해 목숨을 걸고 부당함을 상소한 백곡스님의 <간폐석교소>으로 척불이란 혹독한 시대 상황에서 불교의 법등을 지켜낸 의미를 전하고 있습니다.
원행스님/ 조계종 총무원장(2018년 세미나 중)
((백곡스님은) 대문장가이면서 선교와 내외전을 두루 겸비한 학자이자 고승이었다는 점을 말씀드리면서 조선왕조 500년 간 가장 긴 상소를 올린 겁니다.)
책은 숭유억불에 따른 시대적 상황의 산물인 <현정론>과 <유석질의론> 그리고 <간폐석교소>가 담고 있는 사상을 깊이 있게 다뤘습니다.
특히, 함허와 백곡스님의 사상이 오늘날 한국불교가 직면하고 있는 사회적 기능과 변화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갈등 해결을 위한 대안 모색이란 화두를 던지고 있습니다.
BTN뉴스 하경목입니다.
하경목 기자 btnnews@b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