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동성 커플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기획보도 ‘차별금지법 제정 어디까지 왔나’ 첫 번째 순서로 이효진 기자가 소송 당사자이자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재가위원인 소성욱 씨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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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여느 부부와 다름없는 평범한 결혼식장.
2019년 5월, 소성욱 씨와 김용민 씨는 7년의 연애 끝에 백년가약을 다짐했습니다.
이듬해 건강 문제로 퇴사한 소 씨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문의 후 자신을 동성 배우자 김 씨의 피부양자로 등록했습니다.
이 소식이 언론에 알려지자 공단은 ‘착오 처리’를 이유로 피부양자 자격을 취소하고 보험료를 부과했습니다.
소 씨는 건보공단을 상대로 보험료 부과처분 취소 청구를 했지만, 1심 재판부는 “혼인의 본질은 남녀 간 결합”이라며 소 씨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지난달 21일, 서울고등법원이 1심 판결을 뒤집었습니다.
‘동성이라는 점을 빼면 실질적으로 사실혼과 같다’며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겁니다.
소성욱 / 원고(피부양자)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주어져야할 권리인데, 저희 부부에게는 보장이 됐다가 한순간의 실수라면서 취소를 한 것이 매우 부당하다고 느꼈고.)
“공적인 영역에서 차별이 설 자리는 없다”며 소 씨의 손을 들어준 2심 재판부.
사실혼 관계는 인정받지 못했지만 이번 판결은 소 씨 커플을 포함한 성소수자들에게 큰 울림을 줬습니다.
사회 복지 체계에서 동성 커플의 권리를 인정받은 첫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소성욱 씨는 이번 판결이 소수자 차별 없는 세상으로 가기 위한 첫 번째 승리라고 말합니다.
소성욱 / 원고(피부양자)(전화인터뷰)
(성소수자의 시민권이라든가 평등권, 이런 것들을 강하게 요구할 수 있게 되는 발판이 되지 않을까. 판결문 자체가.)
하지만 성소수자를 비롯한 많은 사회적 약자들이 차별 받지 않는 세상까진 아직 갈 길이 멉니다.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가 시작된 이래로 수많은 발의가 있었지만 여전히 지지부진인 상태.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이 용인될 수 없다는 기념비적인 판결이 탄생했지만 생활 속 다양한 사회적 차별과 증오범죄를 막기엔 역부족입니다.
소 씨는 성소수자가 아니라도 누구나 차별받고 소외될 수 있다며 차별금지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소성욱 / 원고(피부양자)(전화인터뷰)
(지지해주시는 것에 대해 정말 감사하면서도 이것은 나를 위한 법일 수도 있는 거다. 그런 감각도 함께 한번 가져보면 어떨까 이런 생각이 들고요.)
이번 판결로 ‘나’라는 존재를 인정받게 됐다는 소성욱 씨.
헌법 영역에서 동성 커플이 보호받을 길이 열렸다는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차별금지법 제정도 급물살을 탈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됩니다.
BTN 뉴스 이효진입니다.
이효진 기자 btnnews@b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