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완연한 봄 날씨가 찾아왔지만 부모형제를 잃은 4.3 희생자 유가족들의 가슴은 여전히 시리기만 했는데요.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가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염원하며 추모재를 열었습니다. 이효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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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해방 후 최대 비극으로 불리는 제주 4.3 사건.
75년이 지난 어제, 희생된 영가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스님들의 기도 소리가 서울 탐라영재관 강당을 가득 메웁니다.
(현장음)
유가족들도 함께 기도를 외며 영가들에게 국화꽃과 차를 올립니다.
희생자 보상, 진상조사 등 제주4.3사건을 둘러싼 주요 의제가 하나씩 정리되고 있지만 최근 거듭된 역사 왜곡 논란으로 제주도민들의 시름이 깊어지는 상황.
실의에 빠진 유가족들에게 스님들의 추모재는 마음의 위안을 줬습니다.
유가족들은 추모재에 함께한 종교인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희생된 영령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4.3의 진실이 널리 알려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백경진 / 사단법인 제주4.3범국민위원회 이사장
((극우 단체가 제주4.3평화공원에서) 집회를 하겠다고 해서 우리 유족 청년회가 몸으로 막아서 차를 돌려보내고 그랬어요. 그런 과정들이 있기 때문에 이런 종교적인 행사를 통해서 커다란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겠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날 개신교, 천주교, 원불교 단체와 합동 추모재를 진행한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이제 조금 가족들의 맺힌 한이 풀리는 것 같지만 갈 길이 멀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제주4.3사건 당시 사찰로 피신 온 주민들을 지키다 희생된 스님들의 숭고한 뜻을 이어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시경스님 / 조계종 사회노동위원
(우리는 제주4.3을 통해 극한적 이념대립과 국가 폭력의 폐해를 여실히 봤습니다. 더 이상 이와 같은 이념 대립을 통한 국민의 갈라치기, 국가 권력의 폭력은 없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제주4.3사건 김일성 지시’ 발언 논란과 보수우익 단체 ‘서북청년단원 구국결사대’의 난동으로 얼룩졌던 올해 4월 3일.
벚꽃이 활짝 핀 따스한 날씨였지만, 진정한 제주의 봄은 아직인 듯합니다.
BTN 뉴스 이효진입니다.
이효진 기자 btnnews@b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