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나무만을 고집하며 조각칼을 잡은 지 54년이 되는 ‘대한민국 대표 목조각장’ 허길량 선생이 세 번째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은행나무와 소나무에 이어 이번엔 박달나무로 53선재동자를 세상에 내놨습니다. 특히 다듬이목으로 동자들의 각기 다른 이야기를 담아 눈길을 끄는데요, 하경목 기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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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연잎으로 만든 모자를 쓰고 가지를 든 동자부터 천도복숭아를 품고 있는 동녀,
경전을 들고 있는 동자와 사자의 등에 올라탄 동자까지 표정도 지물도 제각각입니다.
깊은 생각에 잠긴 관세음보살 앞에선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54년 목조각의 외길을 걸어온 목조각장 불모 허길량 선생이 어제 인사동 아리수 갤러리에서 ‘박달 다듬이목 53선재동자·동녀 되다’를 주제로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은행나무로 된 33관음과 소나무를 사용한 33비천에 이어 이번엔 박달나무를 소재로 한 세 번째 개인전입니다.
허길량/목조각장
(첫 번째는 은행나무, 두 번째는 우리 소나무, 세 번째는 나무로써는 제일 단단하다는 박달나무를 선택했습니다. 그래서 나무의 질적으로 보나, 한국적인 나무를 대표할 수 있는 나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달나무는 다듬이목으로 사용될 정도로 단단해 조각용으론 쉽게 사용하지 않는 소잽니다.
하지만, 은행나무와 소나무같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나무만을 고집해 온 허길량 선생은 ‘건국신화’에 등장하는 박달나무에 주목하고, 나무 속에 깃든 이야기를 세상에 드러냈습니다.
특히, 선생이 전국을 돌며 수집한 다듬이목에서 창조된 제각각의 이야기를 품은 53명의 동자 동녀의 모습은 감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허길량/목조각장
((20여년 전)108 동자가 사진촬영을 하기 전날 화재로 인해서 다 하늘나라로 보냈어요. 그래서 그 생각을 항상 버리지 못하고 있다가 10여 년 전부터 박달 다듬이목 자체도 구하기 힘듭니다. 다듬이목을 하나하나 구해서 한 작품 한 작품해 왔습니다.)
열다섯 살에 조각칼을 잡아 54년간 ‘목조각’ 외길을 걸어온 허길량 선생은 2001년 국가무형문화제 제108호 목조각장으로 인정받았습니다.
나무에 숨결을 불어넣어 신앙심마저 고취시키는 작품으로 새로운 길을 열어가고 있는 허길량 선생은 오백나한상이라는 새로운 목표도 제시했습니다.
허길량/목조각장
(오백나한상을 새로운 방법으로 오백 분의 직업을, 오백 가지를 가진 사람을 모아서 그것을 부처님의 제자 오백 분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오백나한상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단단한 박달나무 다듬이목 속에 담긴 세월을 53명의 동자로 창조해 새 이야기로 풀어낸 허길량 선생의 세 번째 전시는 오는 29일까지 열립니다.
BTN뉴스 하경목입니다.
하경목 기자 btnnews@b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