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목 테이블에 아늑한 조명까지 더해져 카페 분위기 나는 식당.
오후 다섯 시가 되고.
유리문이 열리자 가방 멘 청년들이 안으로 들어온다.
학생들은 익숙한 듯 차례로 줄을 서고 빠르게 배식대에서 오늘의 메뉴를 확인한다.
“아싸.”
한 학생의 환호성이 들린다.
토마토소스로 만든 해산물파스타.
오늘 메뉴는 학생들 뿐 아니라 내 취향도 제대로 저격한 듯 보기만 해도 침이 고인다.
중년이 넘은 보살이 새우와 홍합 등 해산물이 듬뿍 들어간 파스타를 그릇에 한 가득 담는다.
"공부하느라 배고프지? 많이 먹어."
"감사합니다."
짧지만 진심이 담긴 대화가 오고간다.
졸업을 미루고 대학을 휴학 중이거나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다시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학생.
서울에서 기숙학원을 찾아 광주로 온 대학 졸업생까지.
다양한 사연의 청년들이다.
당연한 것을 물었다.
"맛있어요?"
서울에서 온 그 청년은 100점짜리 답안지를 냈다.
"네, 집밥 같아요."
사실 그 대답을 기대했다. 집밥.
엄마의 정성이 듬뿍 담겨 따뜻하고 맛있는 밥.
광주의 대표 불교 사회복지단체인 자비신행회가 운영하는 프로그램 ‘청년식당’ 현장이다.
청년식당은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일주일에 이틀, 오후 5시부터 한 시간 동안 자원봉사자들이 청년 취업준비생들에게 저녁식사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물론 돈은 받지 않고 감사하다는 말 한 마디만 받는다.
자비신행회 김영섭 사무처장의 "벌써 3년째에요"라는 말에 바로 물었다.
"그럼 돈은 어디서 나서 운영하세요?"
하루 100인분. 일주일에 이틀. 한 달이면 800인분.
"나쁜 머리로 계산을 해봐도 300만 원 이상은 들 것 같은데."
"저희 같은 단체야 당연히 돈이 없죠. 보통 그날 자원봉사하시는 분들이 후원을 직접 하시거나 지인들에게 후원을 받아 오세요. 또 도와주시는 스님들도 계시고요."
바로 그 분들을 뵈러 주방 안으로 들어가 인사를 건넸다.
"참 좋은 일 하시네요."
후원자겸 봉사자들의 겸손한 답변이 돌아온다.
"아이고 아니에요. 다 우리 아들, 딸 같아서 따뜻한 밥 한 끼 해주는 거에요, 그냥."
아무리 밥 한 끼라도 그 동안 3년인데...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봉사자들에게 부처님 같은 따뜻함을 느꼈다.
김영섭 사무처장은 지난 12월 한 학생이 찾아와 "저 오늘 마지막으로 밥 먹습니다. 경찰시험에 합격해서 경기도로 갑니다. 그 동안 감사했습니다"라는 인사를 전했다고 깨알 자랑을 한다.
이런 생각을 해봤다.
앞으로 취업에 성공해 사회의 각 분야에서 일하게 될 청년들은 이곳에서 먹었던 집밥을 가끔 생각하지 않을까?
그럴 때마다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 누군가로부터 받았던 자비의 마음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 다시 돌려주겠노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을까?
김민수 기자 btnnews@b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