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기리는 4.3 정신..제주에서 희생자 추념식

〔앵커〕

국가공권력에 의해 3만여 제주도민들이 무고하게 희생된 제주4.3사건이 어제로 71주기를 맞았습니다. 4·3의 완전한 해결을 바라며 모두가 한마음으로 희생자들을 추모한 현장을 김건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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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막혀있던 벽이 허물어지자 억울했던 4·3사건의 굴레를 벗은 수형인 어르신들이 등장합니다.

어제 제주4·3평화공원에서 봉행된 제71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은 ‘다시 기리는 4·3정신, 함께 그리는 세계 평화'를 주제로 4·3유족과 생존희생자, 제주도민과 정치권 지도부 등 약 1만 여명이 참석했습니다.

제주도 전역에 추모묵념 사이렌이 울려 퍼지며 엄수된 추념식은 도올 김용옥 선생의 제주평화선언으로 시작됐습니다.

도올 김용옥 / 한신대학교 석좌 교수
(4·3의 정신은 바로 자주와 독립 이 두 글자에 있는 것입니다. 민족자존의 정권을 영유케 하기 위해 제주의 민중은 일어섰습니다. 홍익인간의 이상을 만방에 선포하기 위하여 일어섰습니다.)

1948년 4월 3일 무장봉기로 촉발된 4.3사건은 7년 7개월 동안 당시 제주도민 10%에 달하는 3만여 명이 희생당한 한국 현대사의 비극입니다.

또한 반공사건이라는 오명으로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피해 유족과 후손들은 한 맺힌 삶을 이어갔습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추념사를 통해 불의한 국가권력의 잘못을 사과하며 제주 4·3의 완전한 해결을 약속했습니다.
 
이낙연 / 국무총리
(제주도민 여러분이 “이제 됐다”고 하실 때까지 4‧3의 진실을 채우고, 명예를 회복해 드리겠습니다. 희생자 유해를 발굴하고 실종자를 확인하겠습니다. )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제주 4.3사건을 인권과 평화의 보편적 가치로 승화시키겠다고 밝혔습니다.

원희룡 / 제주특별자치도지사
(다시는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완결하지 못한 숙제를 마무리하겠습니다. 4·3을 기억하며 인권과 평화의 보편적 가치로 승화시켜나가겠습니다.)

4·3당시 8살 나이에 부모형제가 바다에 수장되며 굴곡의 모진 삶을 살아온 김연옥 할머니의 사연은 모든 이들의 마음을 울리며 4·3이 갖는 화해와 상생의 정신을 일깨우게 했습니다.

정향신 / 김연옥 할머니 손녀
((수장된 가족들 때문에) 어릴 때부터 꾹 참으면서 멸치하나조차 먹지 않았다는 사실도 저는 최근에야 알게 됐습니다. 할머니는 그 힘든 시간을 묵묵히 견뎌온 멋진 사람이에요. 할머니 저랑 약속하나만 해요. 앞으로는 울지 않고 매일매일 웃겠다고요.)

추념식은 유족들이 포함된 연합합창단의 합창 ‘잠들지 않는 남도’를 끝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여·야 정치권 지도부, 4.3유족 등 만 여명이 참석한 이번 추념식은 제주불교연합회장 석용스님과 관음사 주지 허운스님 등 지역 불교계 지도자 스님들이 참석해 제주 4.3의 완전한 해결을 바라는 제주도민들의 염원을 함께 했습니다.

BTN 뉴스 김건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