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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사 주지 덕문스님의 '까만 고무신'

기사승인 2018.12.27  19: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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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연 미세먼지가 이틀 째 도시를 덮고 있는 이른 아침, 차머리를 지리산으로 돌렸다.

지리산 자락 화엄사에 들러 차와 맑은 공기로 먼지를 씻어내고 싶었다.

방사를 지나 구층암 올라가는 길.
 


해우소 공사가 한창인 곳에 모자를 눌러쓴 스님 한분이 이곳저곳을 살핀다.

스위치를 눌러도 보고 공사 중인 인부에게 뭔가를 계속 물어도 보고, 손으로 어딘가 가리키기를 반복한다.

무심코 지나치려다 문득 스님이 신고 있는 까만 고무신으로 시선이 갔다.

설마?

그랬다. 화엄사 교구장 덕문스님이었다.
 


내가 기억하기론 봄여름엔 하얀 고무신을, 겨울엔 까만 고무신을 고집스럽게 신고 다니는 스님은, 선방 스님을 제외하고 화엄사에는 덕문스님 뿐이었다.

그간 참았던 질문을 인사로 대신했다.

"지나다 까만 고무신 신고 계시는 거 보고 주지 스님인줄 알았습니다. 고무신 안 불편하세요, 스님?"

방긋 웃으며 스님이 하는 말씀이 "왜 안 불편 하겠어요? 그래도 스님이 스님다워야죠. 나는 우리 스님들한테도 고무신 신으라고 해요."
 


스님이 스님다워야 한다는, 어쩌면 당연한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였다.

조계종 교구본사 8곳을 취재하면 느낀 점 중 하나는, 화엄사는 철저하게 국장 위주의 소임제를 실천한다는 것이다.

각 소임을 맡은 국장스님들의 책임 하에 연 단위 사업계획과 예산 등을 세우고 운영해 나간다.
 
최종 결재는 물론 교구장 스님이 하지만 큰 방향과 의견만 제시할 뿐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한다.

이런 운영방식으로 화엄사는 평소 국장 스님들 만나기 힘들 정도로 일 년 내 바쁘게 돌아간다.

그런데 오늘 우연히 화엄사 곳곳에 교구장 스님의 보이지 않는 세심함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평소 무심한 듯 웃는 모습에 가려져있는 스님의 무거운 책임감을 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곧 묵은해가 가고 또 새해가 찾아온다.

지리산 자락에도 희망의 새해가 찾아올 것만 같다.

김민수 기자 btnnews@btn.co.kr

<저작권자 © BTN불교TV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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