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어제는 1980년 5월 군부의 무자비한 총칼에 맞서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맞섰던 광주 시민들을 기리는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이었습니다. 광주 불교계도 기념행사와 법회를 봉행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했습니다. 5.18광주민주화운동 추모 현장에 김민수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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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법당 안 불단 아래서 구슬픈 가락에 맞춰 5.18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을 위한 살풀이 춤 공연이 한창입니다.
유가족과 불자들은 40년 전 이 땅에 민주주의를 위해 짧은 생을 살다간 망자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합니다.
광주 무등산 원효사가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희생자들을 천도하는 합동천도법회를 봉행했습니다.
해청스님 / 광주 원효사 주지
(민주주의를 지켜낸 민주 영령들의 고귀한 희생을 추모하며 긴 세월 동안 고통을 감내하고 계시는 유족 여러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정성스러운 천도의식으로 5.18 민주 영령들의 편안한 안식을 기원합니다.)
이날 원효사는 전통 불교식으로 여법하게 법회를 봉행하고 살풀이춤과 극락무 등 희생자들의 넋을 달래기 위한 전통 공연도 함께 마련했습니다.
김강호 / 광주5.18민주화운동 구속부상자회 광산지회장
(합동 천도재를 방금 끝냈습니다. 너무도 감사하고 우리 먼저 가신 5월 영령들의 혼을 달래는 이런 시간이었습니다.)
5.18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와 민주 열사들이 잠들어 있는 망월동 구 묘역입니다.
광주전남불교환경연대 회원들이 해설자의 안내에 따라 민주 열사들 묘지를 참배합니다.
박용식 / 보리수아래 단장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라는 나무와 같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바로 이 분들의 피를 먹고 우리가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와 번영이라는 나무가 자라지 않았는가라고 생각을 하게 되니까요.)
참배를 마친 회원들은 능숙하게 천막을 치고 시원한 매실차와 주먹밥을 정성껏 준비합니다.
80년 5월 군부의 무자비한 총 칼 앞에서도 하나가 된 광주시민들의 공동체 의식을 기리기 위해 주먹밥을 나누는 행사로 벌써 12년 째 진행하고 있는 자비행입니다.
이해모 / 광주전남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
(80년 5월 당시에 대인시장, 양동시장에서 시민군들에게 시장 상인들이 주먹밥을 싸서 나누었던 5월 공동체를 생각하면서 이곳에서 회원들과 함께 주먹밥나누기를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40년 전 5살 아이의 엄마였던 정향자 작가는 눈앞에서 직접 목격한 그 날의 끔찍한 상황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정향자 / 전통 금사경 작가
(젊은 학생들을 짐승처럼 끌고 다니고. 총 맞고 피를 흘린 학생들을 군인 차에 실고 가고. 이런 모습을 목격했거든요. 그때 너무 가슴이 아파가지고. 내가 뭔가를 해야 되겠다.)
불교 전통미술인 사경하는 법을 배우고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등 바쁘게 살아왔지만 정 작가는 5.18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을 잊지 않았습니다.
본인이 익힌 금사경을 통해 극락세계를 표현한 변상도를 그리고 783명 희생자들의 이름을 금으로 적었습니다.
가로 세로 2미터 크기로 2년 여 동안 공들여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정향자 / 전통 금사경 작가
(유럽에 가서 보면 명단을 써서 추모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금사경을 하기 때문에 아 그러면 큰 마음먹고 금사경을 해야 되겠다. 그 분들 이름을 써서 백년, 천년 까지도 잊지 않고 이분들을 추모해야 되겠다.)
올해 마흔 살이 된 5.18을 맞아 그 당시 불교계의 활동을 밝히고 선양하는 일에 광주 불교계가 소홀해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광주의 사부대중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40년 전 그 날을 기억하고 추모하고 있습니다.
BTN 뉴스 김민수입니다.
광주지사 김민수 btnnews@btn.co.kr